[단독] 에펨코리아 회원들, 개혁신당 가입 인증시 포인트거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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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이준석 유세현장 인증해도 포인트 나눔…중고거래 플랫폼서 현금화 가능, 개혁신당 직접 관련은 없어
[일요신문] 국내 최대 온라인 커뮤니티 에펨코리아에서 개혁신당 당원 가입을 독려하기 위해 회원들끼리 현금화 가능한 포인트를 주고받는 운동을 벌인 것으로 확인됐다. 회원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이뤄진 일이지만, 이번 대선 유세 현장에 참여하고 이를 인증한 회원에게 포인트가 지급된 사례가 있어 공직선거법 위반 여부를 둘러싸고 논란이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개혁신당 입당·국민의힘 탈당하면 포인트 선물
에펨코리아는 2030 세대 남성을 중심으로 한 ‘이대남’ 성향이 강한 공간이다. 보수, 반페미니즘, 반더불어민주당, 반기성세대 등의 정서를 공유하며, 친이준석 성향의 커뮤니티로도 잘 알려져 있다. 주간조선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16대 커뮤니티를 분석한 기사에서 에펨코리아를 ‘이대남의 집결지’로 표현하기도 했다. 제21대 대통령선거에서도 해당 게시판을 중심으로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 지지층이 강하게 결집하는 양상을 보였다.
일요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에펨코리아 정치게시판에서는 개혁신당 창당 초기부터 꾸준히 ‘개혁신당 입당 인증 운동’이 벌어졌다. 개혁신당 당적 증명서를 올리고 당원 인증을 하면 또 다른 회원이 에펨코리아의 활동 포인트인 ‘잉여력 포인트’(잉포)를 선물하는 식이다.
잉여력 포인트는 게시글을 작성할 때마다 쌓이는 일종의 활동 포인트다. 지급되는 포인트는 게시글의 추천 수에 비례한다. 추천을 많이 받으면 더 많은 포인트를 받을 수 있고 반대로 비추천을 많이 받으면 보유한 포인트가 깎인다. 즉, 회원들이 좋아할 만한 글을 많이 쓰면 쓸수록 더 많은 포인트를 받을 수 있는 셈이다.
이렇게 모은 잉포는 ‘잉여력놀이터’라는 게시판에서 승부 예측 게임에 쓸 수 있다. 에펨코리아 내에서는 이를 잉여력 토토라고하여 ‘잉토’라 부른다. 문제는 이 포인트가 일부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거래되는 등 사실상 현금으로 환전이 가능해 사행성 논란이 일고 있다는 점이다(관련기사 [단독] ‘잉토’가 뭐길래? 에펨코리아, 도박 개장·방조 혐의 피고발).
또 다른 회원은 “개혁신당 당적 증명서 메일 왜 안 보내주냐”며 “인증하고 포 빨아야 되는데”라는 글을 남겼다. 같은 날 저녁에는 “개혁신당 가입했는데 포 줍니까”라는 내용의 글이 당적 증명서와 함께 게시되기도 했다.
이외에도 “당적 인증하면 포 준다는데 사실이냐” “인증하고 포 받으러 왔다” “당적 인증한다. 좋은 데 쓸 테니 포찌 좀 달라” 등의 글이 올라왔다. 포찌는 포인트와 ‘뽀찌’의 합성어다. 뽀찌는 도박이나 내기에서 이긴 사람이 주위 사람들에게 사례의 뜻으로 조금 나눠주는 돈을 뜻하는 도박계 은어다.
반대로 국민의힘 탈당 인증에도 포인트를 주고받은 것으로 보인다. 이런 흐름은 이준석 의원이 국민의힘 당대표직을 맡고 당과 갈등을 겪던 시기부터 시작됐다. 2022년 당시 이준석 당대표가 성접대 의혹에 대한 증거인멸교사 혐의로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로부터 당원권 6개월 정지라는 중징계를 받자 정치 게시판도 들썩이기 시작했다.
이듬해인 2023년 12월 27일 이 의원이 국민의힘을 탈당하자 에펨코리아에도 국민의힘 탈당 인증글이 하나둘 올라왔다. 국민의힘 탈당 인증을 한 일부 회원들은 포인트를 요구했고, 회원들은 게시글을 추천해주거나 포인트를 선물했다.
#“동탄 유세 현장 인증한다. 포 줘”
잉여력 포인트 나눔을 기반으로 한 지지 운동은 이번 대선에서도 계속됐다. 개혁신당 대선 후보였던 이준석 의원이 지난 6월 1일 동탄 지역 유세에 나선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현장에 참석하는 회원들에게 포인트를 주겠다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일각에서는 선거법 위반 여부를 따져봐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해당 포인트가 일부 중고 거래 플랫폼 등에서 현금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현행 선거법은 112조에 따라 기부행위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후보자나 정당이 아닌 제3자가 특정 후보를 위해 금품을 주는 경우도 공직선거법 제115조 제1항에 따라 금지된다. 기부행위는 ‘선거구민이나 선거구 내 또는 선거구 밖 연고가 있는 기관·단체·시설·모임·행사에 대해 금전·물품 기타 재산상 이익을 제공하거나 약속하는 등의 행위’를 아우른다.
현물이 아닌 포인트도 금품에 해당하는지를 두고 한 금융 전문 변호사는 “현금화 가능한 포인트라면 상품권과 그 성격이 유사하므로 경우에 따라 ‘재산상 이익’으로 볼 수 있다”며 “포인트 지급 행위가 조직적으로 이뤄졌다면 공직선거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일요신문은 개혁신당 측의 입장을 물었으나 답변을 듣지 못했다. 다만 개혁신당 측에선 상황을 몰랐을 가능성이 높다. 개혁신당 지지층이 강하게 결집한 커뮤니티이긴 하나 에펨코리아와 개혁신당이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황희두 더불어민주당 게임특별위원회 위원장은 “에펨코리아 회원들이 혐오를 포인트로 보상해주고 이를 이용해 정치 여론을 만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인기글을 보면 소위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혐오성 글이나 지역, 성별 갈등을 조장하는 내용이 많다. 그런 글을 써야 추천을 많이 받을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포인트를 받기 위해 더욱 더 자극적인 글을 생산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렇게 얻은 포인트가 잉여력 토토를 통해 점수화되고, 원하면 현금으로 바꿀 수 있는 것도 문제다. 결국 도박이 플랫폼화되는 결과를 낳았다”며 “누구든지 이용 가능한 커뮤니티라는 점에서 청소년 온라인 도박 중독 문제와도 직결된 심각한 사회적 사안”이라고 덧붙였다.
최희주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