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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처가집 집수리를 조금 했어요. 조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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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에 있는 제 처가집은 치킨 전문점은 아니구요.


여튼 시골집이에요.


집 현관앞의 데크가 다 삭아서 공사를 한지 10여년....


이제 올라가는 계단이 다 부서지고 있더라구요.


인간적으로 7분 거리에 사는 사위가 너무 무관심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있고...큰처남은 격하게 똥손이고...

(그래두 10년 전보다는 많이 좋아 졌음)


결국 계단 수리에 들어 가기로 했어요. 


약 2주 전부터 실측하고 구조 구상하고 설계도(?) 그리고


내부 프레임을 쇠 파이프로 만들기로 했습니다.만.....


그걸 어케 가져가냐는 거죠. 여튼 제 카센터에서 


약 3일에 걸쳐서 계단프레임을 3개의 구조로 만들고 


처가집 가서 조립 하기로 했습니다.


그러면 내 코란도 스포츠에 다 싣고 갈수 있으니까....


여튼무튼 토요일에 필요한 연장과 자재를 옮겨 놓고 


일요일 아침 처가집으로 출발하야 약 8분만에 도착을 


하려는 순간 처가집 입구 골목에 포터가 길막을 하고 있습니다.


처가집 앞집도 공사를 하는 건지 뭔가 철거를 해서 차에 


싣고 있더군요. 그냥 조용히 1분 정도 기다렸습니다.


그러나 제가 기다리건 말건 생까고 자기 할 일만하는 


나보다 15살 정도 많아 보이는 할아버지......


제가 예전에 시멘트 배달을 했었거든요.


그래서 노가다는 좋은 말로 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먼저 도착한 큰처남은 그 차가 안 비켜줘서 뒷길로 

 빙 돌아서 들어 갔다고 하더만요)


여튼 잠시 고민하고 차에서 내려서 소리를 쳤습니다.


다가가서 좋게 이야기 하면 당연히 안 들을 거라서.....


나 : 아저씨~! 거 좀 차가 오면 좀 비켜주고 합시다 좀!!!


아재 : 이 정도면 지나 가겠구만.....


당연히 반말로 대꾸 할 줄 알았습니다. 


그리고 당연히 그냥 지나가라고 할 줄 알았습니다.


내가 노가다 하루 이틀 대해 보나.....^^


나 : 지나가고 말고는 내가 판단해야지!

      그걸 왜 당신이 판단하나? 거 앞으로 

      조금만 빼주면 될 걸! 일을 크게 만들어 만들길!


예....이 한마디에는 아주 많은 의미가 들어가 있죠.


협박입니다. 


일을 크게 만든다 함은 '개진상을 떨겠다'라는


경고 거든요. 


아재 : 아니 이걸 움직이려면 짐도 묶어야 하고 그냥 지나가면

         되는데......


나 : .......(조용히 노려봄)


결국 아재는 차를 빼고 저는 통과를 했습니다.


그리고 그 자리에 다시 차를 대는 그 인간....


역시 노가다는 안 변해요.

(어케 아냐면 나두 시멘트 배달 그만두고 2달 정도 

 현장일 해 보았음)


조용히 걸어가서 한마디 했습니다.


나 : 여기 차가 계속 드나들어야 하는데 길을 막아 버리면....


아재 : 조금만 더 하면 되요. 얼마 안남아서....


뭐가 바뀌었을까요?


제가 반말을 하고 있고 그 아재가 존대말을 하고 있습니다.^^


노가다는 그래요. 


일단 개겨보고 안 먹히면 좀 순해 집니다.


나 : 그럼 빨리 하고 치우세요.


아재 : 예....


막노동이나 건설일처럼 좋은 표현도 있습니다만 


굳이 노가다라는 표현을 쓰는 이유는요.


노가다는 막노동이 아니거든요. 건설일도 아니고.....


노가다는 '내가 힘들게 일하니 니들이 좀 양보해라'라면서


양보를 강요하는 인간들입니다.


그래서 노가다 포터는 일할때 항상 길을 막고 서 있죠.


'내가 들어야 하는 짐이 무거우니 니들이 기다려라' 하는 거에요.


40키로 짜리 시멘트를 나르려면 한걸음이라도 줄이는 것은 정말 중요 합니다.


그러나 길은 막지 말아야죠.


예전에 현장 갈때마다 '사서 고생하는 병신'이라는 말을 


자주 들었어요.


노가다 입장에서는 그냥 길막고 짐 내리면 빠르고 편한데


저는 굳이 차를 한쪽에 대고 들어 나르니까요.


남에게 피해 안주려고 노력하면 '병신'으로 보는 것이 


그 바닥 입니다.


건설일이나 막노동하고는 전혀 다릅니다.


우리가 노가다라고 부르는 주체는 업종이 아닌 


그 종사자를 구분하는 단어에요.


그리고 어느 업종에나 노가다는 존재 합니다.


일본말이라고 뭐라 하실 분들도 계실텐데.....


'노가다가 사람이면 전봇대에 꽃이 핀다'라는 


일본 속담도 있습니다.


여튼무튼 처가집 계단 공사는 겨우겨우 하루에 마무리 되기는 


했어요.


데크 밑에 기어 들아가서 삽질하고 주춧돌 고이고


위에 나무판으로 붕괴 방지하고 철재 프레임 설치해서 


결국 마무리 했습니다.


올 추석에는 편안하고 튼튼한 계단으로 처가집에


들어 갈 수 있을듯요.


왜 이 고생을 하는지 생각해 보니 


23년 전에 그 집에서 뭔가 가져온게 문제 였음.


함부로 가져오면 안되는 건데......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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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0

오렌지색이호박색님의 댓글

여튼 남의 집에서 뭔가 함부로 가져오면 더 이상 남의집이 아닌게 됩니다.

이쁜늑대님의 댓글

손재주가 좋으신 행님~
 젊고 이쁜 분 모셔와 놓고 이제와서 이러심 안되여~

이찌기들박멀님의 댓글

직업엔 귀천이 있으며
 가방끈엔 무게감이 있지요,, 션한 글 잘봤읍니다

물이흐르는데로님의 댓글

끝나시고 시원한 맥주에 치킨드셨겠네요
 역시 집에 기술자가있어야 최고임

맨오브비전님의 댓글

마지막 두 줄에서 뿜었네요.. 저도 방금 21년전 뭔가 가져온 댓가로 처가댁 방수 실리콘 쏴드리고 왔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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