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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에서 장사하는데 국딩 시절 다라이를 꺼내야 하다니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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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이 좋아서 3년 전 업장을 오픈했습니다.
바다만 바라봐도 마음이 편안했고, 아이들도 강릉을 너무 좋아해서 결국 가족과 함께 이사까지 왔습니다. 마침 가게가 돌아가신 아버지가 나오셨던 고등학교 근처라 더 애착이 갔고, 몸은 힘들어도 도시에서 살 때보다 훨씬 여유롭고 행복하다 생각했는데… 언제 끝날지 모르는 이번 고비는 정말 쉽지 않네요. 

가게 문을 열던 날도 강릉에 큰 산불이 나 오픈 파티는 취소하고 준비했던 음식을 전부 소방서에 기부했습니다. 그래도 언젠가는 웃을 날이 올 거라 믿고 버텼습니다. 코로나가 끝난 뒤에는 해외여행 러시로 힘들었지만, ‘베풀고 살자’는 마음으로 지역 아동센터 여러 곳에 매주 기부하며 스스로를 위로했습니다.

지난 연말, 계엄 상황 때도 절망적이었지만 하루도 쉬지 않고 일했습니다. 덕분에 단골 손님도 제법 생기고, 여름이 되니 네이버플레이스 순위도 많이 올라가면서 여행객들도 찾아주셨습니다. 이제는 좀 살겠다 싶었습니다. 지지난주에 처음으로 가족과 모두 쉬어봤구요 드디어 본궤도에 올랐구나 했는데,
몇 주 전부터 들려오는 소식은 오봉댐 물 부족과 가뭄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여파는 바로 현실로 다가왔습니다.

우리 가게는 지난주 매출이 30% 줄더니 이번 주는 거기서 또 절반이 날아갔습니다. 혹시나 싶어 지난 주말엔 호텔 주차장들을 둘러봤는데, 세인트존스나 신라모노그램 같은 곳조차 텅 비어 있더군요. 집에서는 아침 세 시간, 저녁 세 시간 겨우 물이 나오는데 그것마저 금세 끊깁니다.

6시가 되면 부리나케 샤워하고 빨래 돌리고 욕조에 물을 받아두는데,
그 모습을 보니 국딩 시절 단수된다고 빨간 다라이에 물 담아두던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2025년에, 그것도 강릉에서 다시 그 시절이 올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오늘 답답한 마음에 같은 업종 사장님들과 모여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다들 상황은 비슷했습니다. 강릉 대표 상권인 교동에서 저녁을 함께했는데, 예전의 활기는 없고 썰렁하기만 하더군요. 예약을 미리 해야하는 곳이었는데 그냥 오셔도 된다고 하더라구요 가게 사장님 말을 들으니 요 며칠 밤 9시면 물 끊기니까 빨리 마치고 집에 가야 한다고 저녁외식을 안한다는 말이 참 씁쓸했습니다.  

이번 일을 겪으면서 뼈저리게 느낍니다. 무능한 정치와 행정이 이렇게까지 사람들의 삶을 무너뜨릴 수 있다는 걸요. 강릉에는 세 집 건너 하나는 장사한다는 말이 있는데, 이 상황까지 왔는데 민란이 안 일어나는 게 신기할 정도입니다.

커뮤니티도 많지 않아 와이프가 가입한 맘카페 눈팅해보니 임신부들이 씻지도 못하고, 아이들과 주말마다 다른 지역으로 피신 간다는 글을 보면 마음이 철렁합니다. 주민들의 가장 기본적인 생활조차 지켜주지 못하는 현실이 너무나 슬픕니다.

제가 사랑해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겠다며 이사까지 온 곳인데 ㅠㅠ 지금 강릉은 텅 빈 주차장, 말라버린 수돗물, 그리고 한숨만 남아 있습니다.

그 와중에도 출근길에 군인, 소방, 공무원들이 몇 주째 아침저녁으로 물차를 몰고 다니며 땀 흘리는 모습은 고맙고도 안쓰럽습니다. 그분들을 위해 커피차 봉사를 이어가는 강원도립대학교에 연락해, 내일부터 간식을 조금씩 준비해드리기로 했습니다. 바쁘다는 핑계로 못했던 일을 이제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지금 이상황에 강릉에 오라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언젠가는 다시 일상을 되찾고 즐거운 여행 할 수 있는 도시가 되길 바랍니다.

그날을 위해 강릉을 기억해 주시고,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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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5

옥수수콧수염차님의 댓글

욕은 하지요 제가 대구에도 살았는데 거기에 비하면 순한 맛입니다 ;;

기변병3님의 댓글

형제칼국수 포장하러 서울에서 강릉 주기적으로 가는데 ㅠㅠ 잘해결됐음 좋겠네요 ㅠ

달콤한인내님의 댓글

민란이 일어날수없는 그런곳이 바로
 
 강릉입죠
 지들손으루 뽑이논게 일을안하고 기우제만
 지낸다는디 비 안내리는 하늘탓 현 대통령탓만
 하고있다고 소문이 돌더군요
 더 웃긴건 도암댐물 그거 받으면
 재난지원금 안나올꺼라고 반대하고..
 분명 천억이나 오백억 받았으면
 그거 쓸곳이 따로 정해져있던거 같아요
 강릉에서 일번찍으신분들만
 
 안타까울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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