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보니 한집에 10명이 살게 되었습니다.

-1명

 와이프 만난지 1년 즈음 됐을 무렵 결혼한 누나가 새 아파트로 이사를 가는데,  매형이 난방배관까지 올 리모델링한 거라 아깝다고 저보고 사라고 합니다. 어머니도 ‘다 큰 아들 빤스 빨아주기 지겹다’고 나가라고 합니다. 누나도 세탁기랑 가전 몇가지 놔두고 갈테니 그렇게 하라고 도움(?)을 줍니다.

-2명

 연애 23개월 봄, 한집에 2명이 살게 됩니다.

-3명

 다음 해 아들이 태어나 이제 3명이 됩니다.

-4명

 아들이 태어난 그해 여름 장마에 결혼전 와이프랑 오빠, 동생들이 살던 주택 안방에 커다란 균열이 발생하게 됩니다. 인근 골목에서 성추행사건이 발생하고 혼자 남아 살고 있던 처제가 걱정되었던 장인어른이 저한테 부탁합니다. ‘결혼전까지만 좀 데리고 있어주게...’

처제 직장은 제집에서 걸어서 5분거리, 어차피 결혼전에도 1년동안 주말만 되면 같이 지냈던 터라 흔쾌히 좋다고 했습니다.

-5명

 2년 후 딸이 태어나 이제 5명이 됩니다. 처제는 그사이 별일없이 같이 살고 있습니다.

-8명

 딸2명과 함께 광양에서 큰처형과 살던 막내처제가 ‘큰딸 초등학교를 광주에서 보내고 싶다’며 언니들과 같이 살고자 합니다. 막내동서는 곡성에서 카센터(2층은 가정집)를 지어 농사일을 병행하며 지내고 있었는데, 광주에서 지내던 5명에 처남딸2명이 주말만 되면 내려가 숯불 삽결살 파티를 즐기며 민폐를 끼치던 터라 이번에도 수락하였습니다.

이렇게 하여 큰방은 저희식구 4명, 작은방1 큰처제 1명, 작은방2 막내처제 3명, 총8명이 한집에 복작복작 거리며 지내다 방4개짜리 아파트를 분양받아 다 같이 이사를 가며 애들 공부방이 생기게 됩니다.

-9명

 딸2명이던 막내처제가 셋째를 임신하고 아들을 낳아 이제 9명이 되었습니다.

-10명

 동생네가 언니집에 얹혀사는 게 마음쓰였는지 막내동서 누나가 자기집 전세로 내 줄터이니 와서 살라고 합니다. 마침 새 아파트에서 5년 넘게 대식구가 살다보니 여기저기 손볼 곳이 많아 고민이였던 여자 셋은 좋다며 이번에도 다 같이 이사를 갑니다.

이렇게 하여 막내동서 명의의 집에 이제 제가 2년 동안 얹혀살게 되었고, 지금까지 숫자에서 빼 왔던 막내동서까지 10명이 되었습니다. 여전히 막내동서는 곡성에서 주로 생활하며 주말에 올라옵니다.

 처제 1명으로 시작되었던 식구가 시나브로 10명이 되었습니다. 데이근무 전담 간호사로 일하는 막내처제는 주로 식사를 담당하고, 큰처제는 애들 보육을 담당하며, 와이프는 청소 및 빨래를 담당하며 저는 빨래 갭니다. 하루에 수건만 15~20장 정도 나옵니다. 세탁기, 건조기 하루에 1번은 기본이며, 2번 돌리는 날도 많습니다.

 불편하지 않냐고 많이 물어보시는 데 솔직히 불편한 거 모르겠습니다. 야근이 잦은 설계일을 하다보니 와이프한테 많이 미안하지만 항상 동생들이 옆에 있으니 오히려 제가 감사한 마음입니다. 예전글에 썼던 아들 잠복고환 발견해 준 것도 막내처제입니다.

 언제까지 이렇게 지낼지 저도 모르겠습니다. 전세기간 2년동안 제 아파트 천천히 고치고 아들 고등학교 배정되는거 봐서 팔지 다시 들어갈지 결정하겠다고 합니다. 여자 셋이 워낙 죽이 잘 맞아서인지 헤어질 생각 1도 없는 거 같고, 제 딸도 위아래로 언니동생 있으니 좋아하고, 제 아들도 동생들을 귀찮아 하긴 하지만 자기방(제가 얹혀지냄) 생겨서 크게 싫은 거 같진 않습니다. 아마도 쭈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