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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이태훈소령 고2,3 담임입니다.(현재까지의 진행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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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고 이태훈 소령 고등학교 2, 3학년 담임 선생님께서 2부 글에 올리신 댓글을 허락받아 수정 없이 올립니다. 

오늘까지도 사고 조사는 부실해 보이고, 유가족의 수많은 질문과 항의에 답도 없으며, 사고 원인 규명도 없이 군의 명령에 많은 군인들이 언제 추락할지 모르는 초계기에 탑승해 날아다니면서 나라를 지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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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는 고 이태훈 소령의 고등학교 2, 3학년 때 담임교사입니다. 

교직생활에서 2년간 담임을 맡는다는 것은 흔치 않은 일입니다. 저는 그때 태훈이와 전생에 아주 큰 인연을 쌓았나보다 하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3학년 담임으로서 해군사관학교 추천서도 제 손으로 써 주었습니다. 태훈이가 해사 지원 의사를 밝혔을 때 저는 처음에 말렸습니다. 다른 이유는 없고 입시 성적상 서울의 좋은 대학으로 진학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런 저에게 태훈이는 중학교 때 해병대 캠프에 참가하여 군인정신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고 할아버지와 큰아버지가 해군에 계셨다면서 굳은 진학 의지를 보였습니다,
    평소 태훈이가 보여준 정의롭고 조화로운 리더십과 국가를 위해 헌신할 수 있는 남다른 국가관 등을 익히 알고 있었기 때문에 저는 더 이상 만류하지 못했습니다. 태훈이가 고3 때 학교 법정의 판사를 맡아 재판을 이끈 적이 있습니다. 교칙을 어긴 동급생의 판결을 이례적으로 길게 끌며, 징계보다는 그 학생을 설득하고 직접 도움을 주겠다며 반성과 변화 의지를 이끌어내는 재판을 지켜보며 어린 태훈 군에게 큰 감명을 받았습니다. 그래, 너처럼 훌륭한 군인이 한명 더 생긴다는 것은 분명 국가에 큰 이득이 될 거야.. 하고 생각했었더랬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후회스럽습니다.
어리석은 생각이지만 그때 제가 더 말렸더라면 어땠을까, 아니 막을 수나 있었겠습니까? 이렇게 훌륭한 아이들을 데려가 놓고 태훈이 아버지가 찾은 사고 잔해들처럼 이렇게 허술하게 방치할 수가 있는 건가요? ㅠㅠ
태훈이의 사고 소식은 사고 며칠 후, 고등학교 교무부장이 직접 전화를 해주셔서 알게 되었습니다. 태훈이의 소식이 해군 측으로부터 학교에 전해지자, 앨범을 찾아보고 그래도 담임인데 알려줘야 하지 않겠냐며 전화를 해오셨습니다. 하마터면 모르고 넘어갔을 제자의 비보를 전해주신 선생님께 이 자리를 빌려 다시 감사를 드립니다.
    그리고 교무실 탕비실에서 울다가 할 수 있는 것이 생각나지 않아 바보같은 짓인 줄 알면서도 태훈이 폰으로 전화를 해보았습니다. 예상대로 오랫동안 전화를 받지 않다가 문득 통화 연결이 되었습니다. 태훈이 아버님이셨습니다. 초계기와 함께 다 타버린 폰이라도 아들 번호를 조금이라도 가지고 있고 싶으셔서 휴대폰을 연결해 두셨다고 했습니다. 선생님의 전화를 받으려고 그랬나보다 하시면서요.

제가 너무 우니까 아버님이 오히려 저를 위로해주셨습니다. 참척의 고통 속에 잠기셨을 아버님께 제가 너무 부족했습니다. 정신이 없어 그럴 생각까지 할 수가 없었습니다. 용서해주세요. 태훈이 아버님. 저는 기진해서 운전을 할 수가 없었던 탓에 남편을 급히 불러 영천 호국원에 다녀왔습니다. 2년간 담임을 하면서 워낙 태훈이 이야기를 하도 많이 했기 때문에 남편도 우리 아이도 태훈이를 모두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가면서도 누구 하나 연락해 주지 않아 뒤늦게 태훈이를 찾아가는 제 마음이 너무 참담했습니다.
     아버님이 올린 세 편의 글을 읽으며 저도 함께 그 슬픔을 같이하고 싶어서 태훈이와의 추억을 떠올려 봅니다. 오늘 아침에 만나기로 한 태훈이 어머니는 태훈이 아버님께서 오늘 아침 포항의 사고 현장에 가신다고 해서 같이 출발했다고 약속을 미뤄서 미안해 하십니다. 그럼요, 태훈이 어머니, 당연히 같이 가셔야죠. 저도 같이 가고 싶습니다. 그래서 늦게 알게 된 저의 미안함을 태훈이에게 이야기하고 싶어요.
아버님의 글을 읽고 무슨 말씀이라도 드려야겠다 싶어 댓글을 남깁니다. 태훈이 아버님께서 글에 적으신 대로 원인 규명에 조금이라도 미심쩍은 부분들이 명약관화하게 밝혀지길 바라고 희생자 예우를 위해 수습 처리가 좀 더 엄격하면서도 엄숙히 진행되길 바랍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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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훈이 아빠입니다. 18일 두 번째 장례식 후 오늘까지의 상황입니다. 

부대에서는 부실했던 사고 현장을 모두 걷어내 채를 사용해서라도 수습한다고 하기에 유가족 모두는 더 이상의 수습은 필요 없다고 반대했습니다. 더 이상 절대 하지 말라고....

그 이유는 이 무더운 더위에 동원되어 고생할 병사들에게는 수습이 너무 힘든 일일 뿐만 아니라 오히려 순직한 우리 애들에게 그 비난의 화살이 돌아갈 수도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저는 20일에도 전날 비가 많이 왔다기에 혹시 빗물에 씻겨 땅 위로 드러난 뼈나 유품이라도 있을까 싶어 사고 현장에 갔습니다. 사고 현장은 기름과 냉각수 등으로 오염되어 모두 파내어 버려야 하고, 애들의 뼈와 살이 남은 저 흙들이 똥거름과 같은 장소에 버려져야 하는 것을 용납할 수가 없습니다. 

둘러보니 태훈이가 떨어져 사라진 자리에서  타다 겨우 남은 어깨의 부대 기장, 그리고 시곗줄의 작은 핀을 발견했습니다.  

한참을 울고 난 후  혹시나 해서 유품이 나온 그 자리의 땅을 파기 시작했습니다. 작은 파편이 나오는 깊이까지 파 그 흙들을 근처에 넓게 펼쳐 놨습니다. 

땅 속은 기름과 물, 흙 그리고 파편 등이 섞여 있었지만, 모두 검게 보여 마르지 않으면 도저히 구분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근처에 옮겨 넓게 펴 놓고 다음 날 마르면 더 찾으려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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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1) 올 때마다 아들 좋아하는 음료수와 과일 올려놓고 제발 먹고 가라고 합니다. 패드에 평소 유일하게 좋아했던 가수 아이유의 음악도 틀어놓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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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2) 저 자리에서 우리 아들 유품들이 나와 파편이 박혀있는 깊이까지 파서 모두 퍼내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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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3) 12시까지 작업했는데 도저히 더워서 몇 번 쓰러지려고 해서 도저히 할 수가 없었습니다. 주위로는 다른 동료들의 잔해가 있어 다음 날 다시 작업하려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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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4) 땅속은 저렇게 되어 있어 구분하기 어려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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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5) 근처에 있던 비닐을 넓게 펴 저 위에 마르면 다시 찾을 수 있을 듯해서 넓게 펴 놨습니다. 저 사진 앞쪽으로도 많이 펼쳐 놨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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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6) 조종사 쪽 창문으로 보이는 유리 파편들이 촘촘히 박혀 있는 유품입니다. 폭발하면서 내부의 무언가가 창문 쪽으로 박히면서 떨어져 나간 듯한데, 혹시나 우리 애들의 신체 일부가 아닌가 싶어 마음이 많이 아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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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7) 아들이 떨어진 자리에서 발견한 어깨에 다는 부대 기장입니다. 우리 아들은 없고....기장만....


너무 힘들어 다음날은 오후에 가려고 했는데 부대에서 현장의 모든 흙을 포크레인으로 긁어 모아서 수습한다고 하면서 사진을 보내 주었습니다. 

제가 힘들게 하나라도 더 찾으려고 모아 놓은 것들도 모두 사라졌습니다. 거기에 분명 뼈라도 하나 더 있었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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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8) 포크레인으로 사고 현장을 모두 긁어 흙을 모았다고 합니다. 저렇게 하면 폭발로 남은 뼈들은 부서지고 사라질 텐데....  -부대에서 보내온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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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9) 포크레인으로 흙을 긁어낸 후의 사진입니다. 다 긁어낸 곳이지만 사진상으로 주위 파편이 많이 보입니다. -부대에서 보내온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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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10) 차출되어 온 부대 인원들이 하나씩 찾고 있습니다. 둘째 날 제가 가서 병사들이 찾은 모든 것을 다시 펼쳐놓고 확인했지만, 뼈 같은 것은 전혀 없고 파편만 있었습니다. 


자원한 것이 아니라 차출되어 고생하는 25명 정도의 병사가 너무 고생하는 것 같아 23일 수요일에는 아이스커피와 아이스티 40잔, 그다음 날에는 남았다고 해서 30잔을 배달시켜 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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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11) 40잔, 사진은 커피숍에서 배달되었다고 보내준 확인 사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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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12) 30잔


7월 9일 부대에서 있었던 설명회에서 저희 유가족이 사고조사단에 질문하고 알려달라고 했던 주요 내용입니다.

1. 5월 29일 제주에서 포항으로 오는 비행은 애초에 예정되어 있지 않았다. 이착륙 훈련하러 왔다는데, 갑자기 비행 스케쥴이 생겨 포항에 온 이유가 무엇인가? 해안 초계 작전 비행도 부족해 극한으로 비행해야 하는 상황에서 굳이 훈련 비행을 위해 포항까지 그것도 예정에 없던 비행을 해야한 이유를 알려달라....

2. 5월 29일 제주에서 포항 올 때 순직한 4명만 탑승한 것이 아니다. 위의 상관이 타고 있었고 그들을 수송하기 위해 전시나 작전도 아닌데, 사적으로 초계기를 강제 운행한 게 아니냐.... 공무로 제주에 간 것이면 포항에서 제주 오가는 민항기도 있는데 굳이 해안 작전에도 한계를 지닌 초계기를 타고 와야만 했는가? 

3. 포항에서 사람을 내려주고 바로 훈련을 위해 이륙했다는데, 보통 훈련이나 작전을 할 때 착륙 후 점검 등을 하지 않는가? 그런데 배제하고 바로 이륙시킨 이유가 무엇인가?

4. 다른 포럼에서는 '두 번째 이륙 후 동체 아래에서 큰 불빛이 보이는 것이 폭발 현상이 아닌가?'라고 해서 질문했는데, 답변은 그것은 몇 초마다 반짝이는 플래시라이트(?)라고 하였고, CCTV가 40프레임이라서 다른 빛은 프레임 사이에 반짝여서 안 찍혔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어디에 물어봐도 40프레임 CCTV에서 그 불빛이 안 찍힐 수 없다고 하네요. 그렇다면 그 빛은 무엇인지....


현재 해군은 전 세계에서 거의 퇴역한 P3C 초계기를 사고기와는 다른 기종이라 하면서 하늘에 띄우고 있습니다. 딥시크라는 AI에 역대 한국 P3C 사고와 문제 현황을 물어보면 다양하게 나옵니다. 호주는 이미 P3C를 모두 퇴역시켰고, 백 대 이상을 보유했었던 일본은 더 이상 P3C 정비사를 양성하지 않습니다. 

조금만 검색해도 우리 해군의 P3C는 매우 위험한 상태로 나옵니다. 더 이상 추락의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하늘을 날게 해서는 안 됩니다.


생전 태훈이의 말에 의하면 제주 부대에서의 초계기 기체 문제는 흔한 일이었다고 하였습니다.  출발 전 엔진에 기름이 흘러 갑작스럽게 교체해서 작전을 나갔고, 어느 날은 작전 출발 후 에어컨이 고장 나 밀폐된 실내가 50도 이상으로 올라갔음에도 몇 시간 동안 작전을 수행하여야 했습니다. 군대에 다녀오신 분들은 더 공감하시겠지만 어려움이 많을수록 부대원들은 더 뭉치게 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인원이 부족하고 힘들더라도 최선을 다하는 정비사들이 있었고, 조종사들도 그 위험을 알면서도 비행하였다고 합니다. 이와 같은 문제는 군 내부에서는 어느 정도 알고 있었을 것이고, 사고 일주일 전에도 참모총장이 부대를 방문하여 시찰하고 여러 문제를 들었을 것이라고들 합니다. 

그러나 당연히 발생할 수 있는 사고가 이번에 발생했는데 지금까지 최선을 다하면서 정비와 조정을 한 그들은 지금 죄인이 되어 있고 곧 처벌을 받을 것이라고들 합니다. 사고조사단이 제대로 조사를 한다면 그 결과로 지금까지 버틸 수 없을 정도의 오래된 기종을 수리하고 똘똘 뭉쳐 운영했던 제주의 전 부대원들에게 상을 주어야 함이 마땅하다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그러한 사정을 알면서도 해군에서 바꾸거나 고치지 않고 자기 자리의 안위를 위해 무시하고 승선 명령을 내린 그들을 처벌하여야 할 것입니다. 

그날의 비행 미스터리는 다음에 상세히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관련글

고맙습니다. 초계기 사고로 순직한 고 이태훈 소령 아빠입니다. 1부


https://www.bobaedream.co.kr/view?code=freeb&No=3288547


고맙습니다. 고 이태훈 소령 아빠입니다. 2부 허술하기만 한 현장 수습


https://www.bobaedream.co.kr/view?code=freeb&No=3289813


고 이태훈소령 아빠입니다.-두번째장례식


https://www.bobaedream.co.kr/view?code=freeb&No=329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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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1

min0719님의 댓글

아버님 글 읽을 때마다 가슴이 답답하고 마음이 아픕니다. 제발 사후 조사가 잘 이루어져 순직한 분들의 명예와 지금도 나라를 지키고 있는 군인분들의 생명이 지켜질수 있도록 군이 최선을 다 했으면 좋겠습니다. 힘 내세요.

파랑열대어님의 댓글

아들에게 너무 미안합니다.
 죽을 수도 있지만 설마한 못난 저희가 잘못이 큽니다.
 무지로 해군을 너무 믿은 잘못도 있고요.

min0719님의 댓글

@파랑열대어  자책 하시는건 고인이 되신 이태훈 소령님도 원치 안으실 겁니다. 지휘선상에 있는 자들의 생각과 인식이 변해야지요. 그리고 많은 분들의 관심이 더해지길 바래 봅니다.

여신하늘영웅맘님의 댓글

힘내세요
 꼭!!!원인규명할수있기를기도드립니다
 삼가고인의명복을빕니다

파랑열대어님의 댓글

고맙습니다.
 세계 10대 군사강국이라는 대한민국에서 우리 자식들 죽음을 담보로 하는 이런 사고는 다시 일어나지 않아야 합니다.

개븅신석려리님의 댓글

어떤 위로를 드린다는게 죄송할만큼  가슴이 아프네요.  다만 바라는건  식사라도 잘 챙겨드시길 바랍니다.  죄송합니다.  한숨만 나오네요

파랑열대어님의 댓글

이 사고로 조금이라도 바뀌어야 함에도 전혀 그런 행동들이 보이지 않습니다. 수습에 동원된 이들에게도 많이 미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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