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인만 보면 도망치던 아버지의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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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전용사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마음이 무겁습니다.
제 아버지는 전쟁 전 이북에서 살았고, 할아버지는 소작농이었습니다.
그러던 중 625 할머니가 굶주린 인민군 몆명에게 밥을 해줬다는 이유로
국군 군인들이 집에 들이닥쳐 6살 아래 여동생과 형제들, 그리고 어머니(할머니)까지
모두 집 마당에서 총으로 쏴 죽였습니다.
그 참혹한 광경을 아버지는 큰누나와 함께 숨어서 지켜보다 가까스로 도망쳐 남쪽으로 내려오셨습니다.
당시 겨우 12살이었던 아버지는 넝마를 주우며 구두를 닦아가며 살아야 했고,
성인이 되어 결혼 후 우리 삼형제를 낳아 힘겹게 키우셨습니다.
하지만 어린 저희를 볼 때마다 잃은 여동생 생각이 떠오르신다며 자주 술을 드셨고,
결국 그 술로 인해 건강이 무너져 돌아가셨습니다.
아버지는 평생 군인만 보면 피해 다니셨고, 전쟁 이야기는 꺼내지도 않으셨습니다.
전쟁엔 아군도 적군도 없습니다.
남는 건 죄 없는 민간인의 피와 상처뿐입니다.
그래서 저는 전쟁은 절대 다시는 일어나선 안 된다고 믿습니다.
베스트에 군인 이야기를 자랑스럽게 올리는 글을 보며, 마음 한켠이 먹먹해졌습니다.
그 마음으로 저희 가족 이야기를 조심스레 적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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