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배드림 베스트글 저장소
× 확대 이미지

나는 돌아가신 아빠가 보고싶은 적이 거의 없었음.

컨텐츠 정보

본문

제가 22살때 아빠가 사고로 돌아 가셨어요.


뭐 그랬어요. 갑작스레.....


그런데 저는 슬프거나 아빠가 보고 싶다거나 


하는 감정이 거의 없었어요.


왜냐면 당장 살아가기가 막막해서요. 당장.....


돌아가신 그 순간부터 이 세상에는 


저를 뜯어 먹으려는 사람만 가득했을뿐


도와주는 사람이 없었거든요.


얼마나 심했는지 


보다못해서 자신의 생업을 내던지고 도와주신 분들도 


있었어요. 직장 그만두고 혹은 가게 그만두고 


저희 가게와서 일해주면서 도와 주신거죠.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이 살얼음 판이었어요.


그러다가 도저히 못 버티고 가게 정리하고 겨우 집한채


만들었어요. 그리고 저는 취업을 하구요.


그렇게 살다가 38살인가.....


이제 겨우 정신 차리고 살만하다 싶을때


그제서야 아빠가 보고 싶었어요.


그제서야 슬펐어요.


16년 동안 단 한순간도 방심하면 안되는 삶을 살다보니


아빠가 생각 날 여유가 없었던 거죠.


결혼할 아들 전세자금 2천만원조차 없으면서 


성당 신축기금이라고 그 이상의 돈을 날리시는 엄마랑


누나 대학졸업에 결혼에...동생도 대학가야하고....


그 와중에 재산 뜯어 먹겠다고 온 동네에 거짓말 퍼트리며


협박하는 인간들까지......


그 많을 것을 버티며 살아온 아빠의 인생이 


단 한순간에 제 앞에 던져졌던거라서 


슬퍼하고 할 여유가 없었어요.


슬퍼할 여유는 16년 만에 생긴거에요.


어제 43살인데 9살때 돌아가신 엄마 보고 싶다는 분의 글을 보니까


'아 저 분도 그 세월 동안 슬퍼한 여유가 생일 밖에 없었구나'라는 


생각이 들면서 욱컥 하더라구요.


그 분도 힘들게 살아 오셨나보다......뭐 그런 생각이요.


나중에 제가 죽어서 하늘나라에서 아빠를 만나거나


아님 장인 어른을 만난다면 좀 개길 거에요.


"어우 됐다 그래요. 이 정도면 잘한거지 뭐..."라구요.


진짜로 개길 거에요. 특히 장인어른한테는 더더욱.....


"애를 공주처럼 키워 놓으니까 남편을 시종으로 알잖아욧!!!" 이렇게.....


어차피 저승인데 뭐 죽기야 하겠어요?


여튼무튼 엄마 보고싶다는 형요.


슬퍼 할수 있다는 건 어떻게 보면 행복한 거잖아요.


그 슬퍼할 여유가 생긴거라서요.


그리고 그만큼 잘 살아 온거잖아요.


형도 나중에 하늘나라가면


'내가 내가 응! 엄마도 없는데 이렇게 살아왔다고!!!'라고 


큰소리 한번 치세요.


죽기야 하겠어요? 자식인데...


그리고 어차피 죽어서 간 하늘나라인데.....

관련자료

댓글 30

신풍아님의 댓글

슬퍼 할수 있다는 건 슬퍼할 여유가 생긴거라는 말씀 의미 있네요

오렌지색이호박색님의 댓글

슬퍼할 권리조차 빼앗기는 분들이 참 많거든요.
 
 재난 현장의 유가족에게 카메라 들이대는 인간들이 많아서.....

이쁜늑대님의 댓글

@오렌지색이호박색  제가 환갑이 되기전에 순대국밥 얻어먹으러 놀러갈께여~

오렌지색이호박색님의 댓글

요즘은 마음이 편한것이 할말큼 했다고 생각 되어서
 
 남은 여생에 그닥 욕심이 없어요.

내눈에는너만보여님의 댓글

울아버지가 한량 이셨더랬죠
 술좋아하고 사람 좋아하고
 담배도 많이 피셨고
 매일 술드시는 아버지가 그렇게 싫었더랬어요
 어느 순간 울
 아버지가 참 외로워 보이더라구요
 울아버지 술친구는 내가 해드려야지 했는데 폐암에 걸려서 수술도 했었지만 마지막 순간까지 숨쉬는걸 넘 힘들어 하다가 가셨네요

오렌지색이호박색님의 댓글

저는 아빠가 하던 힘든 일들을 그대로 물려 받은 꼴이라서
 
 헤쳐나가면서 깨달은거에요.
 
 그렇게 힘들게 살고 계셨다는 거요.

국외의원님의 댓글

저도 울아부지 돌아가셨을때
 하나도 안슬펐어유
 내가 비정상인가? 할 정도로요
 가정사 죄다 이야기 할순 없지만
 암튼
 근데 희안한게 어느 순간부터 짧지만 강하게 훅 하고 들어와유
 
 드라마나 영화에서 보면 돌아가신분 사진 지갑에 넣고 다니는걸 이해할수가 없었는데
 이젠 가끔 열어봅니다.

오렌지색이호박색님의 댓글

님 아빠가 더 불쌍하네요....
 
 나도 아빠도 자식들은 바르게 키웠는데.....

파워팝님의 댓글

쉽지 않은 시간을 보내신 분들이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말랑말랑하신 거 보면 참 대단하다 싶어요.
 
 오렌지색이호박색님의 글에서도 느낄 수 있습니다.
 
 대단하세요~
 
 제가 이럴 입장인가 싶긴한데...수우미양가 중 "수"드리고 싶네요...^^

오렌지색이호박색님의 댓글

이제는 세상이 좀 만만하거든요.
 
 내가 양보 안하면 세상도 별수 없더라구요.

게바라칭구님의 댓글

살아 오신 지난한 여정을
 꾸욱 꾹
 울림있는 글에 눌러 담으시는
 님의 살메 경의를 표합니다.
 무한한 응원도요-

오렌지색이호박색님의 댓글

다들 힘들게 살아 가지만
 
 어제 저녁 그 글을 보니까
 
 나는 그래도 좀 덜한것 아닌가 싶더라구요.

머나먼정글님의 댓글

오렌지형 그마음 어떤 마음이셨을지 잘알것 같습니다..
 정말 극한의 상황에 놓이게되면 감정은 두번째가되죠..
 오랜시간 수고많으셨습니다
 두 아드님에겐 더 없이 좋은 아버지실꺼라 확신합니다
 자,힘내시자구요!!
전체 31,649 / 2 페이지
RSS
번호
제목
이름
  • Today 6,647 명
알림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