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교체와 더불어 교체되야 할 기관장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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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동현 국사편찬위원회 위원장
허 위원장은 홍범도장군은 "1922년 이후 별세까지 20년 동안
더 이상 독립운동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독립전쟁을 벌이다가 일본군에 쫓겨 소련 영내로 밀려간 뒤
거기서 일생을 바친 홍범도에 대해 이 같은 주장을 폈다.
허 위원장은 "홍범도는 레닌이 하사한 권총을 줄곧 지니고 다녔으며,
러시아 공산당원으로서 민족독립운동이 아니라 계급해방운동을 꿈꿨다"는 말도 했다.
홍범도의 독립운동 경력을 부인하고자
계급해방운동가라는 엉뚱한 타이틀을 부여한 것이다.
허 위원장은 또 "나는 민족을 위해 친일했소"라는 이광수의 발언을 인용하면서
"민족이나 민중의 이름으로 그를 단죄하기보다
'민족을 위한 친일'의 논리구조를 낱낱이 파헤"칠 필요가 있다고 역설했다.
이처럼 독립운동가를 깎아내리고 친일파를 옹호하는 인물을
국사편찬위원장에 앉힌 것이 윤석열 정권의 역사 내란이다.
김형석 독립기념관장
김 관장은 "만약 백선엽이 간도특설대에서 반민족적인 행위를 저질렀다면
숨기려 했을 터인데, 스스럼없이 몇 번이나 공개한 것은
나름으로 떳떳하다는 자신감에서 비롯된 행동일 것"이라고 변호한다.
간도특설대에서 반민족행위를 저질렀다면 그런 사실을 회고록에 썼겠느냐는 주장이다.
김형석 관장은 백선엽 회고록에 나오는
"우리가 좇은 게릴라 중에는 많이 조선인이 섞여 있었다"라는 문장을 엉뚱하게 해석한다.
"이 문장에서 '우리'는 '우리 부대' 즉 간도특설대를 가리키는 말이지
백선엽을 가리키는 말은 아니다"라는 주석을 내놓는다.
'우리 부대가 항일 게릴라들을 토벌했다'고 했지
'내가 토벌했다'고 하지는 않았으므로 백선엽과 간도특설대를 연결할 수 없다는 논리다.
친일파 옹호를 위해 이처럼 황당한 궁리를 하는 인물이
지금 독립기념관장실에 앉아 있다.
김낙년 한국학중앙연구원장
김낙년 한국학중앙연구원장은 일제 식민지배가 한국을 근대화시켰다고 주장한다.
이런 궤변의 연장선상에서, 그는 식민지 한국과 일본 제국주의의 관계가
유럽연합(EU) 회원국 상호 간의 관계와 비슷했다는 황당한 주장까지 내놓는다.
이영훈 전 서울대 교수 등과 공저한 <반일종족주의>의 제4장에서 그는
일제의 '한국 침략'을 '지역 통합'으로 대체한 뒤 이렇게 설명한다.
일본의 '지역통합'으로 식민지와 제국주의 국가가
유럽연합 수준의 통합에 도달했다는 논리를 유포하는 학자가
한국인들의 정신문화에 영향을 주는 역사기관장이 되어 있다.
윤석열 내란이 낳은 진풍경이다.
박지향 동북아역사재단 이사장
한국인들이 일본의 반성을 촉구하는 것을 '자기연민과 한'으로 깎아내렸다.
그는 취임 간담회에서 "일본이 과거에 대해 사죄하지 않는다는
기성세대의 인식을 젊은 세대에게 강요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젊은 세대들은 일본에 대해 음식 좋고 가깝게 갔다 올 수 있는
좋은 곳 정도의 생각을 하고 있다"라며 그런 청년층의 인식에
영향을 줘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50대 이상의 기성세대는 자기 연민과 한의 역사가 있지만,
젊은 세대는 그렇지 않으니 역사인식을 강요하지 말자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중국과 일본의 역사전쟁이 첨예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의 역사기관장들은 한국 역사를 지키기보다는 한국을 상대로 총을 들이대는 형국을 보이고 있다. 역사내란이라는 말로밖에는 설명되지 않는 현상이다. 이런 상태로는 주변국의 역사전쟁 도발에 제대로 대응할 수 없다. 윤석열 정권이 역사 안보를 망쳐 놓은 결과다.
역사기관장이 되어서는 안 될 인물들이 역사기관장 자리에 포진한 것은
윤석열 정권의 역사 내란이 낳은 서글픈 현실이다.
이 역사 내란이 청산돼야 우리 사회는 윤석열의 망령으로부터 자유를 얻을 수 있다.